India Conneted 서평

이 책은 Foerign Policy와 CNN의 인도계 언론인인 라비 아그라왈이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인도의 현장을 담아 생생하게 기술한 르포이다. 아그라왈이 인도의 스마트폰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 도구가 그동안 고립되고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인도 사회에 급격한 변화를 만들고 있으며, 인도가 세계 속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했을 때 바깥에서도 그 영향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인도의 스마트폰 확산에서 주목할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기술적인 대도약이다. 인도 사회는 PC는 고사하고 전화 통신도 그다지 활성화가 안 될 정도로 빈곤했었다. 하지만 13억 인구의 인도는 21세기에 들어 이전에 비하면 가파른 경제 성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 선진 산업 사회 각지에서 스마트폰이나 SNS 플랫폼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되면서,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중산층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은, 가장 유망한 잠재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세계 유수의 스마트폰 제조 회사들이 인도 시장을 노린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게 만들고, SNS 플랫폼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기술 기업의 경쟁적 진출은 전화도 없던 인도 사회가 순식간에 ‘스마트 사회’로 도약하는 급진적 변화로 이어졌다. 물론 이런 변화는 필리핀, 케냐 등지에서도 충분히 관찰되는 것이지만, 규모의 거대함에서 인도는 압도적이다.

모든 기술적 변화는 그것이 수용되는 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하면서 이루어진다. 아그라왈은 경제적 기회, 사회적 변화, 국가의 활용이라는 세 측면에서 ‘연결된 인도’의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장인 ‘기회’에서 다루는 주제는 세 가지다. 첫째는 여성이다. 정확히는 그중에서도 농촌 여성에 집중한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인도의 농촌 지역도 인터넷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각종 사업을 지원하는데, 그중 하나가 농촌에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는 센터를 설립하고 마을 주민을 그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몇몇 여성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마을 여성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그간 사회적 변화가 정지한 세계처럼 여겨지던 인도의 농촌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의 유입과 함께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농촌 마을의 사회적 질서와 규범을 벗어나는 새로운 문화가 연결을 통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도의 몇몇 마을에서 ‘소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면 안 된다’는 문화적 반발을 초래하고 있고, 마을의 풍습과 스마트폰의 긴장 관계는 여전히 지속 중이다. 하지만 마을 여성들은 유튜브를 통해 힌두교 찬송가를 찾아 듣고, 로티를 더 맛있게 굽는 법을 알게 되고, 바깥 사회와 소통하게 되었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인도에서 가장 변화가 늦게, 미미하게 도달하는 농촌 여성들까지도 스마트폰을 통해 독자적인 주체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에 주목하며 이것이 어떤 변화와 갈등과 기회를 만들어낼지를 기대한다.

둘째 주제는 교육이다. 여전히 교육 기회가 제한적인 인도에서 스마트폰은 다양한 종류의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의 창업을 이끌었다. 책에서 계속 암시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교육 기회의 확산에서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언어적인 문제에 있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 경험을 통해 형성된, 영국적 정체성을 지닌 엘리트들의 사회적 지배력이 강고한 국가다. 그리고 이는 영어 교육이나 사용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적인 다수의 국민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만든 변화는 영어를 구사하는 엘리트들을 경유하지 않고도, 힌디어를 통해서 교육과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저자는 인도에서 마치 자기 계발을 위한 전도사처럼 활동하는 교육 기업인을 중심으로 교육의 변화를 소개한다. 그는 Hello English라는 영어 학습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영어에 능통해졌고, 더 많은 기회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통한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기회의 사다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하이테크 교육 야심가들이 인도에 PC를 보급하여 교육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였으나, 빈약한 인프라와 인도 하층민의 낮은 기술적 이해로 이러한 교육 실험은 대체로 실패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직관적 인터페이스와 용이한 언어적 접근성의 힘을 통해 인도의 교육 풍경을 바꾸고 있다.

셋째 주제인 일자리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인도는 여전히 젊은 국가로서, 노동 가능 인구가 매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디 정부의 정력적인 경제 성장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이 많은 노동력을 모두 수용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술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이들을 장기적으로 흡수할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준다. 각종 물류 센터, 우버 운전 기사 같은 플랫폼 서비스업이나 긱 이코노미의 창출이 사회적으로 잠재되어 있었으나 아직 발견될 수 없던 수요의 발생을 통해서 가능해졌기 때문에, 인도가 실업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우버 기사의 사례를 통해서 인도인들이 플랫폼 노동에 어떤 식으로 종속되는지, 플랫폼 노동이 전통적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도 보여주며 양면적인 모습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역시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가정부 문화나 릭샤와 같은 인도 특유의 직업들도 이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두 번째 장인 ‘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의 도래로 인한 사회적 변화와 충격을 다룬다. 인도의 ‘연결’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기회에 더 천착했던 앞의 장과 달리 이번 장에서는 인도 사회가 겪는 혼란이나 잠재적 위협이 조금 더 많이 나타난다. 네 번째 주제는 인도에서 데이팅 앱이 보급됨에 따라 남녀의 만남이 어떤 식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혼기를 놓쳐 불안해하지만,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외부 문화와 접점이 많은 이유로 부모가 지정해주는 인도의 전통적 결혼을 따를 생각은 없는 30대 초반의 남성과 20대 후반의 여성이 챕터 4의 주인공들이다. 데이팅 앱을 통해서 채팅을 하고 만남을 시작한 그들은 데이팅 앱으로 만났다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추진한다. 하지만 남편 측의 부모는 아들의 예비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혼식 참석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이 장에서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부모와의 전통적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자유연애를 꿈꾸는 인도의 청년 세대들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도 인도 전통 규범과 타협하는지에 관해서다. 반면 부모들은 데이팅 앱을 통해 자녀가 성적 방종이나 위험에 빠질 것을 우려한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여전히 끊을 수 없는 인도의 뿌리가 있다’는 신부의 말을 통해서 전통적 가족과 자유연애는 인도에서 하나로 정해질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계속해서 긴장 관계 속에서 공존하는 문제들이 될 것을 암시한다.

다섯 번 째 주제는 포르노의 확산이다. 전통 규범의 지배력, 인구 과밀과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사적 공간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는 인도에서 성은 항상 신비의 대상이었으며, 대다수 청소년들에게는 접근이 차단된 것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포르노는 사적으로 성에 대해 눈을 뜨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청소년층과 포르노를 열렬히 소비하는 성인 수요자를 만들어냈다. 인도의 거대한 트래픽을 생각했을 때, 인도 포르노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이미 현실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포르노의 확산이 남성들에게 잘못된 성 의식을 심어주어 안 그래도 심각한 인도의 성폭력 상황을 더 악화시킬까 우려하고, 그런 관점에서 전직 인도 최고의 포르노 스타이자 현직 성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인을 인터뷰하지만, 그에게서 자신의 우려에 대한 뾰족한 답은 찾지 못한다.

여섯 번째 주제는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세대인 i세대가 인도에서도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임이나 SNS 등 디지털에 탐닉하는 아이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인도의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상 중이다. 물론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6장에서는 주로 와츠앱을 통해 확산되는 정치적 음모론과 극단주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알고리즘에 의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확산, 메신저를 통한 광범위한 사회적 전염 효과는 인도 사회의 잠재되어 있던 각종 갈등을 활성화시켰다. 특히 모디 정부 하에서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힌두인들과 무슬림들의 사이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상대편(주로 무슬림)의 만행이나 음모라고 주장되는 자극적 영상과 가짜 뉴스들의 범람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어릴 때부터 노출된 세대는 스마트폰이 창출하는 새로운 사회 갈등과 분열에 더욱 취약할 것이기에, 핸드폰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 세대를 인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장에서는 국가가 스마트폰을 통한 연결된 인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활용을 하고자 하는지를 보여준다. 7장에서는 인도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는 공간인 카슈미르를 통해서 모디 정부가 어떤 식으로 인터넷을 통제의 기술로 사용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힌두 민족주의의 부상과 파키스탄과의 갈등 등으로 카슈미르에서는 계속된 정치적 불안정과 민족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데, 모디 정부는 인터넷 망을 끊어버림으로써 군중의 운집과 소통을 차단하고 강력한 공권력 투입을 통해서 반발을 조기에 분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카슈미르에서 이루어지는 조치는 언제든지 카슈미르 바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도는 현재 전국민 생체 정보를 통합하여 행정 효율화를 꾀하는 Aaadhaar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가는 개개인의 정보와 활동에 대하여 신속한 추적을 꾀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자유주의의 프라이버시 개념은 인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8장에서는 인도 정부가 어떻게 현금 사회인 인도를 디지털 화폐 사회로 신속하고 무자비한 이행하도록 추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도 정부의 낮은 행정력과 현금 사회의 맞물림은 거대한 검은돈과 탈세가 만연한 사회를 당연시하게 했다. 하지만 모디 정부는 2016년 당시 통용되는 지폐의 86%의 유통을 일거에 정지시키면서 대대적인 화폐 개혁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지하 경제를 양성화하고 투명한 조세 제도를 갖출 것이라고 선언했다. 처음에 이 조치로 따라온 것은 대혼란이었다. 신권으로의 교환은 충분히 신속하고 질서 있게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자신의 재산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은행으로 달려가면서 패닉이 연출되었다. 현금밖에 사용하지 않는 릭샤 기사나 도시의 하층 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줄어든 화폐 유통량과 그들의 제한된 결제 수단 때문에 급격한 소득 경색을 맞이해야 했다. 저자는 한 가난한 문맹의 릭샤 기사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화폐 개혁으로 파렴치한 부유층이 모디가 내리는 정의의 철퇴를 맞을 것을 기대하였으나, 그 또한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자비한 화폐 개혁은 현금 사회인 인도에서 무현금 결제를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paytm 같은 결제 시스템과 카드를 이용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고, 현금에서 디지털 화폐로의 이행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1년에 걸친 혼란이 안정되었다.

이 책은 인도에 대한 저자의 비전이나 인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인도 현지인의 시각으로 인도 구석구석이 스마트폰을 수용하는 방식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현대 인도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더하여 각 장마다 등장하는 구체적 인물들의 모습들은 저자의 묘사에 더욱 큰 전달력을 실어준다.

한편으로 이 책은 스마트폰만의 이야기로 한정지을 수는 없다. 나렌드라 모디와 인도인민당(BJP)의 통치 하에서 그 이전의 인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인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 식민 통치의 유산으로 형성된 종래의 인도 엘리트들은 1947년 독립부터 2014년까지 거의 중단 없이 인도를 통치해왔다. 그들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세속주의 인도를 꿈꾸었으며, 여러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4년까지 인도에서 나타난 일은 엘리트 지배력이 더욱 커지고, 서구 지향적 엘리트들과 인도 다수를 형성하는 대중들의 괴리가 심화되는 일이었다. 1996년 BJP의 집권은 이전의 집권당인 인도국민회의, 혹은 ‘네루 왕조’에 균열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그들은 힌두교라는 종교가 인도 정체성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주장하면서 세속주의에 도전했고, 시장주의적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비효율적 사회주의 대신에 인도 다수 국민의 발전을 약속했다. 2014년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도 하에 다시 집권한 BJP 정부는 이 변화를 더욱 큰 폭으로 확대했으며, 모디는 8년의 통치 기간 동안 기존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자들을 때로는 포섭하고 때로는 분쇄하면서 인도를 바꾸어 나갔다. 책말미에 나오는 화폐 개혁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진 정책이었다. 그밖에도 책에서 스마트폰의 신속한 확산에 모디 정부의 손길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다. 모디 정부는 각종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 스마트폰과 플랫폼의 확산을 돕고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더 적극적으로 연결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인도가 데이터와 네트워크에 대해서 주권에 기반한 통제력을 결코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 공언한다.

모디 시기는 힌두교 정체성이 국가의 공적 영역에 수용되었으며, 종교적 중산층의 등장했고, 종교 네트워크를 통한 대중의 대대적인 사회적 상향 이동이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제 영어 대신에 힌디어를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그리고 문맹자도 음성 인식과 터치 스크린을 통하여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영어를 경유하지 않고 힌디어나 각종 현지어를 통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의 광범위한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그들의 자율적 연결이 서구 식민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형성된, 영어를 쓰는 엘리트들의 통제력을 더 빠르게 해체할 것은 자명하다. 대신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쥐어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강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준 모디 정부를 지지할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하이테크 기기를 통해서 힌두 전통 신앙의 수행을 다시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인도에서 스마트폰 확산의 이야기는 하나의 거대한 문명으로서 인도가 지닌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도가 아닌 또 다른 사회들, 전화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수많은 사회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