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어떤 나라인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퍼진 당이라는 조직의 수직적 체계로 작동하는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국가의 탄생은 서구 세계의 사람들에게 몹시 이질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 혁명의 이상이 한창일 때에는 이 이질성에 매혹된 일군의 좌파들이 있었지만, 냉전 시대에 그 이질성은 주로 공포와 경멸로 다가왔다. 그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이론이 바로 ‘전체주의론’이었다.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공산주의 소련은 집단주의 이념에 따른 근대적 권력 기구가 사회 곳곳에 파고들어, 기존 사회의 자율성과 연대 의식을 파괴하고 지도자 내지는 권력 집단의 의지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일체로 만들었다는 것이 전체주의론의 골자였다. 사회는 국가에 완전히 종속되고, 개인은 전체주의 이념을 완전히 내면화한 영혼 없는 주체가 되거나 아니면 국가의 감시망 속에서 고립된 채로 양심을 배반하며 살아야만 했다.

쉴라 피츠패트릭.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1970년대에 기존 러시아의 사회사를 연구하던 이들이 러시아 혁명과 소련으로 연구 범위를 넓히면서 이같은 전체주의론에 대한 반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련으로 학술 교류를 떠날 수 있었던 젊은 학자들은 소련 초기의 인민위원회 같은 정부 문서나, 나치 독일이 노획해 온 스몰렌스크 지역 당의 행정 문서를 바탕으로 소련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이들이 파악한 소련 공산당은 혁명과 내전, 국가 재건의 혼란 속에 내던져진 무기력한 존재들이었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회적 갈등, 지역적 정체성, 부처 정체성 등이 고스란히 살아남은 상태였고, 소련인들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당과 국가 기구를 이용하며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여느 다른 사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수정주의의 선구자 쉴라 피츠패트릭이 관찰한 것은 ‘발탁’과 ‘문화 혁명’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사회적 상향 이동이었다. 노동자와 농민 출신들의 당원들이 기술자로, 관료로 성장하며 나타난 거대한 신분과 사회 계층의 격변이 볼셰비키 혁명, 특히 스탈린 혁명을 특징지었던 핵심적인 힘이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되고 소련의 각종 문서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폭넓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 역사는 수정주의자들의 관찰에 더 부합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소련이 과거의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게 된 상황에서, 소련사 공부를 통해서 학계가 무엇을 더 밝혀낼 수 있는지가 되었다. 전체주의와 수정주의의 대립구도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냉전이라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등장했음을 생각하면, 탈냉전의 상황에서는 분명히 이전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연구의 지평이 필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젊은 연구자의 책이 바로 Magnetic Mountain: Stalinism as a Civilizatio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