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를 떠나며

고리를 떠나며

스탈린의 고향과 2008년 전쟁의 기억

임명묵

이 다음 둘러볼 곳은 고리의 대조국전쟁 박물관.

스탈린 박물관에 비하면 관광객도 별로 없고 한산하다.

특기할 점은 고리가 2008년 남오세티아 전쟁 와중에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고 점령되었던 역사가 있기에, 관련 사항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 그 외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그래도 스탈린 동상은 있는) 대조국전쟁 박물관이었다.

날이 워낙 더워서 개들이 퍼질러 누워 있는 게 일상인데.. 개가 정말 곰이나 송아지만한 것이 이게 그 유명한 코카시안 오브차카인가 싶었다. 다가가서 우쭈쭈라고도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너무 거대해서 무섭다... 물론 이때는 개한테 물려보기 이전이었지만 그래도 위엄이 장난 아니었다.

고리에서의 첫날 여행을 마치고 이제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음주를 시작할 시간. 숙소 뒷마당에 포도 농원이 자그맣게 있었는데 여기서 직접 포도를 재배해서 와인도 담근다고 한다.

민박집 같은 숙소라서 주인장이 차려주는 그루지야 특식 술상을 먹을 수 있는 게 최고의 행복이었다. 하차푸리로 유명한 그루지야식 빵에, 생선 구이에 돼지고기 구이, 치즈와 러시아식 오이절임에 달디 단 수박, 무엇보다 주인장 특제 와인까지.... 사진을 보니 정말 미식의 땅, 여행의 땅이 아닐 수 없다. 그루지야 만세!

저 멀리서 유명한 고리 요새가 보인다. 고대부터 있던 요새로서 코카서스 경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였다고 한다. 산 위에 위치한 요새를 보자니 그 말에 설득되지 않을 수 없었다.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며 지금의 형태로 완공되었다고 한다. 산 아래의 교회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지어진 교회라고 한다. 왼쪽 위의 손가락은 잊어주시길...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그루지야 정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고 있었다. 스탈린 동지께서도 이런 곳에서 신학 교육을 받으며 예배를 보셨겠지..

위풍당당한 고리 요새의 모습.

"그루지야의 전쟁 영웅 기념비"인데 돌 위에 앉아 있는 8명의 전사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1985년에 완성되어 트빌리시 근교의 승리 공원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2009년에 이곳으로 위치를 옮겼다고 한다. 2008년 남오세티아 전쟁의 여파일까..? 정말 신화 속 고대 코카서스 전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위풍당당했다.

여기를 오를 수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리 요새 근처에 위치한 기념물이다. 이 또한 1979년에 세워진 소비에트 시절의 동상인데, 사자를 타고 있는 용사를 표현했다. 기단부에는 "선이 악을 이겼고, 그의 존재는 길다."라는 문구가 써있다고 한다..

"독립의 대가".. 2008년 남오세티아 전쟁의 흔적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벽화였다. 그런데 저 문구가 다소 아리송하게 다가왔다. 독립의 대가를 치를 만 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런 대가를 치르고 굳이 독립을 했어야 하냐는 반발인가?

이제 다시 처음 밟은 그루지야 땅인 트빌리시로 돌아간다.

코카서스의 무더위를 뚫고 트빌리시로 우리를 데려다 줄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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