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토프의 레닌 동지께는 불경하게도 숙소 얘기로 시작해보자.
최초의 문제. 여벌 옷도 없고 비와 땀에 쩔어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처음 물어본 것은 "세탁기 되죠?"였다. 호스텔에 세탁기가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질문이지만... 근데 말이 되는 질문이었다. "아 지금 고장나서 안 돼"라고. 진짜 이때부터 머리가 노래졌다. 샤워하고 깔끔한 옷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것만 바라보고 왔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그러면 우리 빨래는 어떻게 하나요?" 하니 손으로 무언가 주물주물하는 제스처를 보여주며 "손으로"라고 하는 게 아닌가. 기분 나쁜 능글 맞은 웃음까지... 제발 A/S를 빨리 좀 하라고!
우선 급한대로 손빨래를 하고, 샤워도 해서 36.5도씨의 발열체인 신체를 통해서 옷을 말렸다. 뭐 그래도 이게 땀에 쩔어 있는 것보다는 당연히 나았다. 대충 장을 봐서 술 한 잔을 하고 잠을 자는데... 새벽 3시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3시간 정도 잤을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몸은 피곤한데 대체 왜 깬 것일까. 하는 생각조차 하기 전에 귀 속을 불쾌한 소리가 때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