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토프에서 볼고그라드(스탈린그라드)로 가는 기차 시간은 대략 5시간 반. 사라토프에서 출발하는 기차라서, 이제 막 출발 준비를 하는 기차는 후덥지근 했으나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이내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어컨 빵빵한 선진 러시아 만세를 부르며 사라토프에서 고갈되었던 체력을 수면을 통해 보충하고자 했다. 그렇게 비좁은 2층에 몸을 구겨 넣고 아늑하게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저기 이거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라고 어떤 러시아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다. 러시아인의 노안을 감안해서 대충 40세 언저리 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었다. 2층 침대에 있는 침대 매트리스를 짐칸인 3층에 넣어줄 수 있냐는 것. 억지로 구겨 넣었던 몸을 다시 빼내고 도와드리고 다시 들어가서 잤다. 한 두 시간 정도 잤을까. 눈이 떠졌다. 내려와서 글을 쓰고 있는 동행과 우크라이나 역사에 관한 문제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도와드렸던 아주머니가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