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탐방 - 치앙마이 (3)

남양탐방 - 치앙마이 (3)

치앙마이 올드타운 사원투어 두번쨰

임명묵

다음으로 들린 사원은 북문에서 내려오면 바로 나오는 치앙만 사원.

치앙마이의 건설자이자 란나 왕국의 시조인 멩라이 대왕이 건설한 치앙마이 최초의 사원이라고 한다. 16세기에 사원이 복원되었다가, 버마 지배기에 버려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일반적인 치앙마이 사원들과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여기에 역사가 오래된 태국 전역에서도 알아주는 수정 불상이 있다고 했는데, 이때는 그다지 준비를 많이 안 하고 가서 알아볼 수는 없었다.

불당에서 부처님 한 번 뵙고

치앙만 사원의 상징은 바로 이 파고다(체디)이다.

황금 탑 밑에 기단부를 신성한 코끼리들이 떠받치고 있는 형태. 이 사원에서도 가장 오래된 구조물이라고 한다.

누군가 공물을 올려놨다.

사원 안뜰에는 이 사원, 그리고 치앙마이 도시의 건립자인 멩라이 대왕의 기념상을 볼 수 있었다.

치앙만 사원에서 나와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대략 올드타운의 가운데로 향하게 되는데, 거기에 치앙마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삼왕상이 있다.

삼왕상은 좌측부터 수코타이의 람캄행 대왕, 란나의 멩라이 대왕, 파야오의 응암 무앙 왕을 표현했는데, 셋이서 치앙마이를 같이 세웠다나 뭐라나... 멩라이가 응암 무앙과 람캄행을 중재하는 장면이라는 말도 인터넷 어디선가 본 것도 같고.

하여간 이곳 역사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사실 이런 건 근대 국가가 이질적인 지역을 통합할 때 자주 동원하는 신화의 느낌이 강하긴 하다. 수코타이의 람캄행은 오늘날 방콕의 왕조로도 이어지는 태국 역사의 중시조격인 대왕이고, 란나와 파야오는 방콕과 멀리 떨어져 있는 북부 지역의 왕들이니 태국의 민족적 통합을 상징하는 동상 아닐까?

통차이 위치나쿤 교수의 '지도에서 태어난 태국'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상이었다.

길을 걷다가 또 발견한 경기도 2기 신도시 인스타 감성 카페...

삼왕상에서 더 내려오면 왓 판따오라는 사원이 나오는데, 이 사원도 수 세기 동안 세워져 있던 유서 깊은 사원으로서 티크나무로 지은 목조 사찰로 유명하다고 한다.

확실히 목조 사원을 보니 뭔가 한국 불교 사원들이랑 비슷한 느낌도 나고. 아담한데 느낌이 아주 좋은 곳 중 하나였다.

부처에게는 발을 보여줄 수 없기에 발을 빼고 저렇게 앉아야만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태국 방문에서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은 9대 국왕 푸미폰 아둔야뎃의 존영.

불전함에도 QR코드가 설치되어 있고 핀테크는 나날이 발전하는 모양새다. ㅎㅎ

9대 국왕과 10대 국왕이 좌우 양편에 있었고, 왼쪽으로는 아마 선대 국왕들의 어진이 도열되어 있는 것 같았다.

대나무 정원과 목조 사찰이 펼쳐진 이 부분이 느낌이 참 좋았다.

사찰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개들.

다음으로는 우리가 들렸던 치앙마이 올드타운 사원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았던 왓 체디 루앙이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가히 신목이라고 할만한 거대한 나무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당연히 신목이었다.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라마끼엔상들.

이건 내가 알기로는 아마 이 도시의 락 무앙(도시의 기둥)이다. 인도 신화의 인드라(제석천)로부터 받은 기둥을 모시고 있는 곳인데, 태국의 각 주요 도시에는 도시를 떠받들어 주는 락 무앙을 모시는 사원이 많이들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곳은 성스러운 장소라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건 그렇고 영어 + 한중일에서 이곳의 주요 관광객들이 어디서 오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사원이 유명한 이유는 거대한 체디(파고다)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90m나 되는 엄청나게 거대한 탑이었다는데, 지진으로 무너져서 지금은 60m 정도의 높이라고 한다. 물론 그래도 상당히 거대한 것은 맞다. 실제로 보면 꽤나 압도적이고, 오히려 무너진 데서 오는 특유의 운치가 좋다.

본당은 수리 중이라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높이 8m의 상당한 크기의 입불상이 있다는데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이 사원에는 저렇게 거대한 신목이 세 그루가 있다고 했다.

사원 내부의 승려들.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는 게 마음이 탁 트인다.

다음으로 방문한 사원은 왓 우몽 마하테라찬(Wat Umong Mahathera Chan)인데, 정보도 없고 뭐 그다지 역사적인 사찰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를 굳이 방문한 이유는 올드타운 중심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에 뭐 또 들려볼 사원 없나 하다가..

결과적으로 방문하기 매우 잘 했다. 죄다 유명한 곳만 가다가 사람도 거의 없는 한적한 동네에서 느긋하게 바람이나 쐬면서 잠깐 쉬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정말 주택가 골목 한 가운데에 있다.

동네를 걷다가 발견한 어이없는 "여호와"... 대체 한국 기독교가 여기에 왜..?

올드타운 사대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인 동문 타패 게이트.

아무래도 성벽 중 모양새가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보존이 잘 된 건지 복원을 공들여 한 건지), 치앙마이가 동쪽으로 중심 시가지가 뻗어 있고, 님만해민을 제외하면 야시장이나 번화가도 그쪽 방향으로 발달해서 그런 것 같았다.

동문에서 사진 한 방 박고 가는 관광객들이 외국인이나 태국인이나 할 것 없이 많았다.

해자를 따라서 이제 남문까지 걷는다.

남문에 가기 전에, 동남쪽 꼭짓점에서 사원 하나를 더 들린다. 1993년에 세워진 왓 사이문 미얀마. 이름이 미얀마라서 그냥 들어갔는데 실제로 미얀마식 사찰인 것 같았다.

사실 동북쪽 꼭짓점에서 더 올라가면 더 근본 있는 미얀마식 사찰이 있었는데 그 존재는 나중에 알았다. 나중에 갈 기회가 있겠지..

미얀마 문자로 보이는 무언가가 써 있었다.

위풍당당한 개들을 이끌고 들어가시는 승려.

치앙마이 사대문을 서 - 북 - 동 - 남 순서대로 다 찍은 역사적 순간.

올드타운 해자는 정말 어딜 찍으나 너무 예뻤다.

치앙마이 투어에서 마지막으로 볼 사원은 올드타운 남쪽에서 내려가면 나오는 스리수판 사원이다. 이 사원도 역사적으로는 꽤 오래 되었다는데, 지금 있는 사원은 2000년대에 완전히 새로 지은 사원이다.

올드타운 남쪽의 정말 한적한 주택가.

스리수판 사원의 특징은 주로 알루미늄을 쓰고, 귀하고 특별한 장소에는 은을 써서 장식을 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가네샤도 은색이고,

이 차크라도 마찬가지이며,

원래 화려한 빨간색과 녹색으로 하나씩 놓여 있어야 할 요놈들도 그렇다. 은색으로 해놓고 띠를 통해서 색을 표현한 발상이 참신했다.

2000년대에 지어져서 근본도 없는 사원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근본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방문할 가치는 있었다. 란나 전통의 방식대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사원으로 생각하면 그게 곧 근본인 것이다.

그래도 본당 부처까지 은으로 두를 생각은 못 했나보다. ㅎㅎ 여기도 왓 체디 루앙처럼 여성은 출입 금지다.

친구와 사원 투어를 끝내고 저녁은 사촌형과 다시 먹기로 했다. 근데 우리는 두분이 있는 님만해민에 가서 어디 계시냐고 여쭈었는데, 둘은 우리들이 올드타운 둘러볼 거라는 말 듣고 올드타운 동쪽 야시장으로 왔다고. 제대로 엇갈려버렸지만 저렴한 택시를 통해서 빠르게 접선할 수 있었다.

야시장이 밤 시간이 되니 잔잔한 노래에서 신명하는 하드락으로 곡을 전부 바꿔버려서 님만해민의 조용한 꼬치 집으로 이동했다. 한국인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수 선생님의 존영을 볼 수 있었다.

경기도 2기 신도시 특유의 감성 넘치는 조명을 받으며 치앙마이에서 마지막까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2주 가량의 바다와 산을 오가는 남양탐방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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