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이어서 써나가고자 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쓰다 보니 연재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 구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제가 이전에 혼자 썼던 미발표 원고를 대신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대 세계의 위기
영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는 장기 역사(long-term history)를 다룬 그의 3부작에서 사회 발전의 패턴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제시한 사회 발전의 패턴은 세 가지 원칙으로 구성된다. 첫째,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의하여 사회는 에너지 획득과 정보 처리 면에서 계속해서 고도화되는 경향성을 띤다. 집단 간 경쟁과 진화론이 작용하여 더 사회적으로 발전한, 고도화된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를 제압한다. 다른 공동체들은 고도화된 사회와의 접촉, 교류, 투쟁 과정에서 생존을 위하여 더 고도화된 방법론을 채택한다. 둘째, 사회 발전은 그 자체로 해당 사회에 여러 부하(負荷)를 만들어내며, 사회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회의 쇠퇴 내지는 붕괴가 찾아온다. 수렵채집 사회는 인구 압박에 대응하여 농경을 채택했고, 농경 사회는 인구 압박, 생태 자원 위기, 사회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여 국가 체계의 심화, 장거리 무역, 생태 자원의 효율적 사용, 평등 지향 사상과 종교의 발명 등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몇몇 농경 사회는 이런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혹은 마련했음에도 부하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는데, 유라시아 문명 단위에서는 최소 두 번의 대대적인 쇠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농경 사회는 최종적으로 산업 사회로 이행하고 나서야 자신의 부하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산업 사회도 마찬가지로 사회 고도화에 따른 극심한 부하를 만들어냈다. 제국주의, 총력전, 핵위기, 지구 자원의 고갈과 생태계의 파괴는 20세기에 폭발한 산업 사회의 부하들이었다. 산업 사회는 이러한 부하에도 불구하고 붕괴를 겪지 않고 내구성을 입증하였으며, 몇몇 부하는 정보 사회로 전환해감에 따라 저감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