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다소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석사과정 중에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같이 하며 친해진 친구들이 있다. 한 친구는 인도 미술, 회화 전공, 두 친구는 일본 근대 문학과 지성사 전공. 나는 서아시아 전공으로 소비에트 지역과 시대를 전공한다. 얼핏 보면 너무나 안 통할 것 같은 인간들끼리 모아 놓았지만, 우리는 '아시아란 무엇인가?' '근대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종종 모여서 긴 얘기를 나누고는 했고, 각자가 공부하는 영역을 교환하며 서로의 생각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모여서 아시아에 관한 오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멤버 한 분이 1월에 한 달 가량 대학원생 연구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동경에 머물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인도를 전공하는 친구와 나는 4명 중에서 다소 한량 기질이 있는 이들이기에, "어 저희도 그러면 가도 될까요?"라고 가볍게 말을 던져 보았다. "저야 오시면 너무 좋죠."라는 대답에 얼렁뚱땅 결정된 동경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