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세종시 아스타나

카자흐스탄의 세종시 아스타나

2019년 구소련 여행기. 첫 시작은 카자흐스탄

임명묵

2019년, 아직 세상에 코로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없었고, K-POP이 세계를 정복하기도 전인 평화로운 치세. 당장 미래에 뭐가 펼쳐질지도 모른 채 한 달 간 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그루지야-우크라이나를 여행했었습니다. 문득 사진첩을 보다가 그 때의 기록도 이곳에 정리하며 남겨두고 싶어서 여행기를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첫 여행의 시작은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모스크바에서 일행과 접선을 하기로 했다.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알아보는 도중 카자흐스탄의 항공사 에어아스타나를 타고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가는 날 하루, 오는 날 하루를 둘러볼 수 있는 표가 있길래 짧게라도 카자흐스탄 구경을 해보고자 구매. 참고로 이 때는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이자 거의 30년 가까이 카자흐스탄을 통치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퇴임하고 상왕 정치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 증거로, 당시만 하더라도 아스타나는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누르술탄'으로 잠시 불리우고 있었다.

카자흐스탄 지도.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카자흐스탄 공화국. 소련에서 독립한 것만으로도 세계 9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대국이 되었다. 그 엄청난 면적은 물론이고 러시아에 바로 인접하여 다른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향하는 통로가 되었기 때문에 소련에서 가장 중요한 공화국 중 하나였다. 이곳도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독립 이전까지는 러시아인 비중이 무려 38%에 달할 정도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밀접했다.

독립 이후에는 카자흐스탄이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며 러시아인들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그 러시아인들 중 절반 가까이가 현재 카자흐스탄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쪽에는 여전히 러시아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러시아인의 본국 귀환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계속 늘어서 현재 인구는 2천만이다.

카자흐스탄의 러시아인 비중.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독립 직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신속히 소련 해체의 혼란을 수습하여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고, 폐쇄 경제를 만든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매진했다. 소련의 부족한 기술력보다 더 앞선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이 들어오면서 카자흐스탄의 경제는 매우 급속히 발전했다. 이 와중에 나자르바예프는 국토의 서쪽에 지나치게 쏠려있고,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에 인접해 있고, 전통적으로 러시아계의 중심지였던 알마티 대신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곳이 바로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아스타나였다. 아스타나는 러시아로 향할 때 가기로 하고, 알마티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들리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영공에 진입한 상태. 그야말로 드넓은 스텝이 펼쳐져 있다. 한때 러시아도 없고 카자흐스탄도 없던 시절부터 이 초원 지대에서 유목민들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았을 것이다.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미르지요예프 시대에 타슈켄트 공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몰랐고, 카리모프 시대의 낙후한 우즈베키스탄만 기억하던 차라 "확실히 카자흐스탄은 다르네~"라고 생각했다.

아스타나 공항에서 시내까지 태워주신 택시 기사 아저씨. 나를 보더니 갑자기 중국어로 말을 걸길래,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말해줬다. 중국어는 어떻게 아시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원래 신장 위구르 지역의 카자흐족이라고 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서 위구르에 대한 억압이 심해지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정부는 카자흐족 인구 비중을 늘리고 싶어하기 때문에 위구르에 사는 카자흐인들의 인구를 늘리려고 이주를 장려하고 있다.

"도닐! 도닐 하이빌 알아?"라고 물어보시길래, 그게 뭐냐 하니 한국 건설사가 지은 고급 아파트라고 한다. 카자흐스탄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거기 살고 싶어한다고. 물어보니 동일 건설이 지은 동일 하이빌이었다..

지금 이렇게 보니 모스크바에서 건설되는 신축 건물이랑 디자인이 무척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아스타나는 1989년까지는 인구가 28만명이었는데, 천도 이후 100만이 넘어가는 대도시가 되어서 계속해서 신축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랜드마크인 바이테렉(바이쩨렉) 탑이다. 나무를 형상화한 100m 정도의 구조물인데, 위에는 전망대가 있어 아스타나 시내 전경을 둘러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가지 않았다..

아스타나는 나자르바예프의 미학이 반영된 특이한 건물들이 많은 도시로 유명하기도 한데, 그 시작으로 더 없이 좋은 건축물.

저 이상한 황금색 건물과 그 옆에 건물들은 정부 부처 건물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정확하지는 않음). 저기를 넘어서 주욱 들어가야 하는데... 7월이라서 그런지 무척 더웠다.

카자흐스탄의 대통령 궁 아크오르다. 백색 궁전이라는 뜻이다. 맑은 날 대통령궁 광장 앞에 화원과 분수가 이뻤는데, 화원 관리하는 분들이 땡볕에서 꽃들을 계속 관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제 등 뒤를 돌아주면...

아스타나에 오면 반드시 봐야하는 랜드마크격 뷰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정 가운데에서 수평을 맞춰서 봐야지 이쁘게 나오는데, 대충 아무 데서나 보면 이렇게 나온다.

이때 아스타나를 안내해주신 카자흐스탄 연구하신 선배와 함께 했는데, 대통령궁에서 정부 부처와 의회 건물을 지나서 바이테렉 광장, 그 뒤에 한 샤트르라는 쇼핑몰로 쭉 이어진다고 설명해주셨다. 듣기로는 이게 유목민 칸의 천막과 궁정이 배치되는 공간 구조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라고. 카자흐인들은 자신들이 건국했던 카자흐 칸국의 후예라고 생각한다. 개략적인 카자흐족의 역사 이야기는 이 여행기 마지막에 알마티를 보면서 하기로.

바이테렉 광장을 지나서 한 샤르트까지 둘러보려고 하는데, 마침 나자르바예프 사진전이 있었다. 상설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양한 나자르바예프 사진 중에 1992년에 찍힌, 탱크를 탄 나자르바예프 사진이 유독 관심이 갔다. 정말 조선인이라고 해도 믿기 좋은 친숙한 외모다.. 카자흐인과 키르기즈인은 이란계나 러시아계와 통혼이 많지 않아서 정말 한국인, 중국인과 똑같이 생긴 몽골 인종들이 대체로 많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의 건축물들..

이제 이 대로의 끝인 한 샤트르(말 그대로 칸의 천막)가 보인다. 아크오르다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3.5km인데 걸어서 갈만 하다. 날씨만 괜찮으면 말이다...

그래도 겨울보다는 나은데,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도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를 자랑한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스타나가 아니라 '누르술탄'이었다. 나름 '황금의 군주'라는 뜻이니, 30년 가까이 나라를 통치한 나자르바예프의 이름에 어울리는 것도 같다. 아스타나는 카자흐어로 '수도'라는 뜻이다. 나름 '서울'이랑 비슷한 어감인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천막...이라는 한 샤트르. 이건 진짜 나름 멋들어진 느낌이 난다.

시내 중심에서 먹은 카자흐스탄의 정통 베시바르막. 베시바르막 얘기는 일전의 우즈벡 여행기에서도 썼는데, 여기서 처음 먹어본 것이었다.

마로네 로소. 이스라엘의 커피 프렌차이즈라던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파는 그럴싸한 카페가 있어서 확실히 이곳이 어쨌든 국제적 에너지 기업들이 상주하는 비즈니스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래서 그런지 아스타나의 물가는 한국에서 온 내가 보더라도 체감이 확 느껴질 정도로 꽤 비쌌다.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물류망 위에서 건설된 도시가 아니라, 초원 한복판에 급조한 도시이고 인근에 다른 배후지도 없다보니 물류 비용이 무척이나 비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물가를 감당하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온 주재원들이거나 카자흐스탄에서 잘 사는 사람들 밖에 없으니... 극악한 추위와 더위는 물론이고 하여간 도시의 정주 여건이 좋아 보이는 곳은 결코 아니었다.

카자흐스탄 전반의 임금 수준이 높지도 않아서, 일반적으로는 도시 외곽의 저렴한 거주지에서 따로 살면서 도시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어쩌다 대화하게 된 몇몇에게 듣기로는, 남쪽의 침켄트(쉼켄트) 같은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다고.

그 다음 행선지는 아스타나의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 가자마자 나자르바예프의 웅대한 초상화를 볼 수 있다.

나자르바예프가 상왕으로 군림하면서 위상이 절정에 달해 있던 시절이다. 2022년에 카자흐스탄 전국을 강타한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나자르바예프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졌다는데,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인 스키타이 황금 인간.

카자흐스탄 동남부의 이식 쿠르간에서 소련 고고학자들에 의하여 발굴되었는데, 그 화려한 황금 부장품과 유물로 인하여 '스키타이 황금 인간'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내부에 황금관이라 하여 온통 황금색 전시관에 저 황금인간 진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4년 전에 여행했던 것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뭔가 나자르바예프 초상화 중심의 여행기가 된 것 같다.

아스타나의 한 스테이크 집에서 안내해주신 선배님과 스테이크를 먹는데.. 역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소비에트식 웅혼한 화장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모스크바로 날아가서 일행과 일정을 같이 해야한다. 4년 동안 가보지 못한 카자흐스탄. 다음엔 언제 갈 수 있을까?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유 죽 까샤를 먹으며 비행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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