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부터 1990년까지 세계의 운명을 걸고 미국과 소련이 싸웠던 시대. 바로 냉전 시대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정의긴 하지만 여기에는 모든 역사적 시대와 마찬가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우선 45년이라는 시대가 그렇다. 그리고 공간적 범위는 한 지역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세계 전체다. 미국과 소련은 그 싸움에서 각 진영의 수장을 맡았던 초강대국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미국과 소련을 넘어서, 미국과 소련의 동맹국들, 제3세계의 여러 국가들, 나아가 인간이 아닌 자연, 환경, 기술까지 포괄하는 식으로 냉전사 연구의 대대적 확장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냉전 시대는 오늘날 우리의 시대가 오기 전, 바로 직전인 시대였기에, 냉전의 이야기에는 오늘날의 세계와 바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함의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이 무수히 가지를 뻗어 나갈 이야기들을 살펴보기 전에는, 먼저 45년 간 펼쳐진 냉전이란 시대가 어떻게 등장했고, 어떤 흐름으로 흘러갔는지를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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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시작: 1945-1950
냉전의 기원은 학계에서 수없이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다. 왜냐면 냉전이 시작되기 전에 미국과 소련은 명백한 동맹국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패권국 영국과, 그 후계자인 미국, 그리고 사회주의 소련은 ‘대동맹’을 맺고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추축국에 함께 맞서 싸웠다. 처절한 전쟁을 거쳐 1945년이 되었을 때 미군과 소련군은 독일 본토로 달려가고 있었고, 독일을 동서로 가르는 엘베강에서 만나 역사적인 포옹을 해냈다. 이제는 전쟁의 참화에서 딛고 일어나, 항구적인 평화 속에서 번영하는 신세계가 열릴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직후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는 ‘철의 장막’이 쳐지게 되고, 양측 지도자들은 험악한 말을 주고 받으면서 세계에는 다시 제3차세계대전의 공포가 엄습했다. 무엇 때문에 두 국가는 완전한 평화와 협력의 길을 걷지 못하게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