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가 대종주 (17): 유럽 유일의 불교 국가 칼미키야 2
엘리스타도 식후경이니 만큼 배도 무척 고프고 해서, 칼미크 민족 식당 '우랄란'을 찾았다. 우랄란은 칼미크어로 '전진!'이라는 뜻이라고. 그런데 건물이 생김새가 뭐 이런....
칼미크 민속 음식 맛보기 세트인데 맥주를 계속 부르는 동양의 맛이었다.
이것은 지글지글 익는 돌에 고기를 얹어서 먹는 몽골 전통 요리 헐헉인데 꽤 맛있었다. 조선에 돌아가서도 찾아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몽골인들의 영원한 상징 칭기스칸...
엘리스타의 시내 중심부도 언제나 레닌 동지가 지키고 있었다.
칼미크 정부 청사 앞이었던 것 같은데 칼미크인의 상징인 연꽃 조형물이 예쁘게 서 있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7일의 파고다'라는 건데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저번 편 마지막으로 올린 엘리스타 황금문은 1980년대 말에, 페레스트로이카로 시작된 민족 문화 부흥 운동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 같던데 이것도 그 즈음, 혹은 그 이후에 건설된 것이 아닐까.
안에는 마니륜이 놓여 있었다. 이 돌림대를 돌리면서 기도하면 공덕을 쌓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 애는 벌써부터 공덕이 넘치겠구나.
엘리스타에서도 조선을 발견합니다.
1990년대 이후 엘리스타에 건설된 여러 기념상 중에 그나마 가장 네임드인 Ekho라고 한다. 뭔지는 잘 모르겠다..
엘리스타 시청 건물.
계속 걷다 보면 엘리스타의 자랑 석가모니 황금 사원이 나온다. 이 사원은 2005년에 건립된 것으로, 달라이 라마가 직접 와서 축복하기도 했다고 한다. 조금 더 역사적인 사원은 도시 외곽의 남쪽에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가보지는 못했다. 엘리스타에 다시 올 일...은 있..겠지...?
부랴트 공화국에도 이런 불교 성지들이 있는데 상당수는 스탈린 시대에 파괴되었다가 전후에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그래도 거기는 칼미크보다 덩치도 크고 몽골도 가까우니. 불교 사원을 거기서는 다찬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후룰이라고 하는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석가모니의 십대제자 같이 보이는 불상들이 사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
이런 풍경을 보면 여기가 한국과 6700km 떨어진 곳이라는 걸 잊게 된다.
안타깝게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촬영할 수 없었다. ㅜㅜ
황금 사원에서 나와서 다음 행선지로. 그런데 가는 길에 어째서 고향의 음식이 보이는가? 찾아보니 엘리스타 '강남 치킨(kannam chicken)'이었다. 아 여기가 볼가강 남쪽이긴 한데.... 강남치킨은 러시아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식 치킨 체인점인 것 같았다.
이 메뉴판을 보고 도저히 치킨과 맥주를 안 먹을 수가 없어서 바로 주문을 하려 했는데, 홀 장사는 안 하고 테이크아웃하고 배달만 한다고 한다. 아 ㅜㅜ 그래도 K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러시아 연방 영웅이라길래 언제 활약했지? 하면서 찾아봤는데 알고 보니 1942년에 독일군을 상대로 수류탄을 들고 자폭 공격을 감행한 용사였다.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그는 입대하여 칼미크 전선에서 싸우다 죽었다고 한다. 1997년에 러시아 연방에서 소비에트 연방 영웅이 아닌 러시아 연방 칭호를 주었다.
이거도 나름 도시의 명물이라는 스투파.
나의 업장을 소멸시키고자 열심히 돌렸는데 무거워서 잘 돌아가지는 않았다. 내 업이 그만큼 무겁다는 뜻인가..
아 이 친숙하고 익숙한 동양의 느낌이여...
엘리스타 승리 공원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 전승 관련한 기념물 같은 것은 없었다. 꽤 새로 지어진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이 사람은 생긴 것도 칼미크인이고 찐 소비에트 연방 영웅을 받은 사람인가보다.
엘리스타의 마지막 행선지는 칼미크인들의 강제 이주와 귀환을 다룬 기념비. 기념비 앞에는 조그만 열차 한 칸이 놓여 있었는데 미니 박물관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이리로 가는 길에 '흐루시초프 거리'도 있길래 대체 왜 이런 거리를 만들었지 싶었는데, 칼미크인들을 시베리아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 준 이가 흐루시초프여서 그를 기리는 것이었다. 여기 와서 이 초상화를 보고 나서야 꺠달을 수 있었다.
1943-1957 스탈린 억압의 희생자들에게...
밑에는 시베리아의 도시들에서 보내온 캡슐이 묻혀 있다고 한다. 튜멘, 옴스크, 바르나울, 노보시비르스크, 톰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 옴스크와 노보시비르스크와 크라스노야르스크는 가본 적이 있다. 모두 여기서는 몇천 km 떨어진 혹한의 시베리아다..
상당히 인상적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풍광이 아주 잘 보인다. 다시 강조하자면 칼미크 공화국의 면적은 남한의 76%지만 인구는 30만명이 안 되고, 엘리스타의 인구는 남한의 0.2%인 10만명이다.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그냥 황무지와 초원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 시가지가 초원 한 가운데에 놓인 섬 같다. 사실 러시아의 많은 도시들이 워낙 넓게 흩어져 있다 보니 좀 그런 느낌이 강한데 여기는 유독 심했다.
중간에 장 보는 데서 발견한 알리익스프레스. 러시아 이곳저곳에서 활약 중인 것 같았다.
대조국전쟁 당시 활약했던 칼미크족 군사 영웅의 기마상 같은데... 퀄리티를 보았을 때 여러모로 소비에트 시절에 만들어진 것 아니었을지..
사실 엘리스타는 도시 규모도 작고 그래서 꽤나 만만하게 봤었는데, 땡볕에서 걸어서만 다니려니 이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저녁에 마트에서 사온 음식을 먹는데 음식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물론 에어컨 쐬면서 쉬고 보드카 마시니까 술술 넘어갔지만... 다음 날에는 그래도 개운하게 일어난 편이었다.
이제 마지막 도시 아스트라한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