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거대한 국가다. 한국의 170배에 달하는 1700만㎢의 영토를 지니고 있고, 소련 시절에는 그보다 훨씬 큰 2200만㎢에 달했다. 이 나라는 서쪽으로는 발트해와 흑해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편인 태평양까지 뻗어 있다. 미국의 알래스카, 일본의 홋카이도, 그리고 한반도와 마주하면서도 동시에 핀란드나 발트 3국 같은 유럽 국가들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해외 식민지 없이 본토로만 이루어진 이 거대한 국토에 11개의 시간대가 들어가 있을 정도다. 물론 이렇게 줄줄이 읊는다고 실감 나는 것은 아니긴 하다. 지도로 봐도 모자라다. 이 거대한 크기는 항공편이 아니라 육로로 경험해 봐야지만 감을 잡을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그런 러시아의 광활함을 상징한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자바이칼의 이르쿠츠크를 거쳐 시베리아의 수도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우랄의 예카테린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이어주는 이 철도는 러시아를 하나의 단일한 국가로 묶어주는 일종의 척추다. 나는 한 달 가까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따라 11개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과거 코사크들이 무역을 위해 건설한 요새에서 출발한 소읍들이었다. 이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기후가 괜찮고 교역할 이웃이 가까이 있는 곳이었다. 이 요새 마을들 중에서 중요한 곳들을 가로질러 철도가 놓였고, 마을들은 러시아 서쪽으로부터 정착민을 빨아들이며 도시로 성장했다. 이 도시들은 훗날 소련의 거대한 제조업 시설인 콤비나트가 들어서거나, 멀리 떨어진 자원 채굴지를 위한 거점이 되기도 했으며, 첨단 군사 장비를 들여놓는 군사적 요충지로 선택되어 외부로부터 접근이 ‘폐쇄’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베리아 횡단 철도라는 ‘압도적 시설’에만 집중하다보면 러시아라는 국가를 잇는 다른 중요한 연결망을 놓칠 때가 많다. 오늘날의 시베리아와 극동이 러시아 영토에 추가된 때는 17세기지만, 이 지역들 다수는 러시아 본토와 사실상 분리된 격지나 다름 없었다. 이 지역을 본토와 본격적으로 통합한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1891년에 착공되었고, 그 연선 도시들의 대대적 성장은 대부분 20세기에 이루어진 일이다. 러시아 국가의 시원이 10세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본격적으로 지금의 러시아 국가가 형성된 것이 15세기임을 생각한다면, 시베리아의 부상은 러시아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