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범한 것에 고귀한 의미를, 관례적인 것에 신비로운 외관을, 알려진 것에 미지의 것이 갖는 위엄을, 유한한 것에 무한자의 환상을 줄 때 나는 그것을 ‘낭만화’하고 있다.”

- 노발리스(Novalis, 18세기 말 독일의 낭만주의 문인이자 사상가)


후기 냉전 시대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전후 세대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자. 그들은 부모 세대가 겪었던 전쟁의 참화로부터 자유로웠다. 국가에 따라 달랐지만 상대적인 안정과 풍요 속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농촌에 살았을 부모 세대와 달리 그들은 도시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설령 농촌에서 태어나긴 했을지라도 얼마 안 가서 도시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지역과 국가에 따라서 실제 모습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도시는 대체로 농촌이 줄 수 없는 기회를 주었기에 사람들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성이 본격적으로 보편화되는 새로운 시대는 전통적인 삶의 양식과 가치 체계를 흔들어 놓았다. 오랜 기간 전승되어 온 전통적 문화와 가치들은 무한한 선택의 자유, 국경을 횡단하는 미디어의 자극이 주어지는 도시 속에서 위협을 받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위협들은 이미 18세기와 19세기부터 나타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1945년 이후의 세계에서, 전통에 가해지는 위협은 도시성을 경험하는 인구 집단의 크기라는 양적인 차원에서도, 전통적 삶의 양식을 해체하는 각종 기술적 도구들의 발명과 확산이라는 질적인 차원에서도 과거를 뛰어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