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영국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한 인도 아대륙에서는 무굴 제국 말기부터 누적되어온 힌두교와 무슬림의 갈등이 폭발하게 되었다. 끔찍한 학살과 대규모 인구 교환이 발생했고, 아대륙은 힌두교 다수의 인도와 이슬람 다수의 파키스탄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귀속 문제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40년간 세계를 규정할 지구적 질서인 냉전의 자장 아래에도 들어가게 된다. 평생을 반제국주의 운동에 몸 담았고, 독립 이후에는 사회주의적 개발을 추구했던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는 소련에 이끌렸고, 파키스탄은 자연히 미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편 1962년에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은 남아시아 냉전에 중국 변수를 더했다. 스탈린 격하 이후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데다가 인도를 잃고 싶지 않았던 소련은 이 사안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소련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키운 중국은 파키스탄에 접근했다. 미국, 중국, 파키스탄과 소련, 인도의 경쟁 구도가 자리 잡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동파키스탄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과 소련이 각각 파키스탄과 인도를 지원하는 가운데 카리스마적 지도자 인디라 간디는 파키스탄의 잔학 행위를 막고, 남아시아 지정학의 맹주로 자리 잡고자 하는 지정학적 야심을 드러내며 군사력을 동원해 파키스탄과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독립 방글라데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스리나스 라가반의 책, <1971: 방글라데시 탄생의 치구사>. 2013년 하버드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됨.

위와 같은 서술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에 관한 가장 기초적이고 널리 알려진 설명이다. 하지만 인도의 역사가 스리나스 라가반은 그의 저서 1971: A Global History of the Creation of Bangladesh에서 사뭇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라가반은 1971년 방글라데시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 사안을 둘러싼 수많은 행위자들의 인식과 행동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드러낸다. 1971년 1년 간 펼쳐진 이야기 속에 얼마나 많은 국제적 맥락과 외부 세력, 그리고 거시적 경향성이 맞물렸으며, 또 개별 의사 결정자의 편견과 실수, 혹은 결단이 사태를 어떻게 만들어나갔는지가 라가반이 보여주고자 하는 방글라데시 독립의 진짜 이야기다. 라가반은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상식과 달리 방글라데시 독립은 결정된 것이 전혀 아니었으며, 개인의 선택과 우연이 겹치면서 드러난, 상당한 우발성의 산물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방대한 정부 문서와 회의록 등을 참고했다. 우선 인도에서는 네루 기념관과 각 문서고에 있는 민간 및 공식 문서를 참고하며 인도의 최고위급 의사결정 과정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했다. 한편 이 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파키스탄의 문서고는 굳게 닫혀 있어서 이용하지 못했고, 방글라데시는 위기 당시 대다수 문서가 파키스탄 측에 의하여 파기되었기 때문에 역시 접근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라가반은 회고록 및 다카에서의 구술 인터뷰를 통해서 방글라데시의 관점을 보강하고자 했다. 여기에 더하여, 라가반은 방글라데시 위기에 관여된 수많은 나라의 문서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전체적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책에서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러시아, 호주, UN과 세계은행 등지의 자료가 동원되며 이 위기의 지구적 성격을 드러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