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수도 사마르칸트 - (2)

제국의 수도 사마르칸트 - (2)

사마르칸트를 거쳐 귀국길로..

임명묵

틸랴 카리 마드라사의 내부에는 화려한 황금 돔이 유명하다. 레기스탄이 19세기까지 사실상 방치되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소비에트 시대의 복원을 거친 모습이겠다.

모스크마다 존재하는, 메카로 기도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미흐랍.

황금과 푸른 빛이 인상적인 곳이다.

바깥으로 나오니, 레기스탄에서 결혼 사진을 찍는 신혼 부부가 보였다. 러시아에서도 성당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신혼 부부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지 싶었다. 러시아인을 제외하고, 우즈벡에서는 무슬림식 생활양식과 유럽식 생활양식으로 가족 형태가 구분된다고 한다. 유럽식 생활양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여성도 주로 대학교 등지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면서 20대 생활을 독립적으로 보내는, 소련 체제가 장려한 방식이다. 무슬림식 양식은 20살 찍자마자 1-2년 안으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전통적인 가족 문화다. 우즈베키스탄 인구가 30년 만에 1500만 명 가까이 는 것은, 무슬림식 가족의 엄청난 인구 재생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레기스탄을 둘러보고 다음 날에는 사마르칸트에서 동쪽으로 택시를 타고 가면 나오는 '사마르칸트 시티'를 방문하기로 했다. 약간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이곳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조성한 문화, 관광 단지인데 아마 신도시 프로젝트와도 연결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여기 있는 컨벤션 센터?에서 2022년 상하이협력기구 사마르칸트 정상회담이 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으로부터 대대적으로 고립된 러시아가, 자신의 우호국들과 함께 제재를 돌파할 수를 모색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저쪽으로 가면 SCO 정상들이 같이 심은 식수들이 있다는데... 땡볕에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먼 발치에서만 사진을 찍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는 '대서양 헌장'이 서구 문명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는 대서양의 바다 위에서 쓰여졌다면, 대륙 권위주의 세력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실크로드의 역사 도시 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썼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15년에 역시나 서구 자유주의 질서에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러시아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의 수도 우파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도 겹쳐 보였고.

러시아-중국-이란 연대가 공고해지고, 터키와 인도가 발을 걸치는 이러한 국면에서 중앙유라시아와 실크로드 거점 도시들의 상징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측해본다.

도시 외곽이다보니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서 도시로 돌아오는 데 다시 고생을 했다. 이번에 방문한 장소는 아미르 티무르의 묘인 구르 아미르(Gur-i Amir). 말 그대로 아미르의 무덤이라는 뜻이다. 티무르는 1405년에 몽골 제국의 원수를 갚으러 명나라를 정벌하겠다며 원정에 나섰다가 죽었다. 그 뒤에 중앙아시아는 물론이고 남러시아와 아랍, 인도까지 공포에 떨게 했지만 사마르칸트를 제국의 수도로 삼은 티무르를 위한 묘가 마련되었다.

주름 진 것 같은 저 돔이 구르 아미르의 상징인 것 같았다. 타슈켄트의 티무르 박물관 디자인의 모티브를 준 것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바실리 베레샤긴이 그린 1870년의 구르 아미르. 레기스탄이나 비비하늠이나 마찬가지로 구르 아미르도 제국이 몰락하고 사마르칸트가 쇠락하면서 사실상 방치되었고, 많은 파괴와 손실이 있었다. 소련이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내부는 틸랴 카리 마드라사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색감이 나타난다. 앞에는 티무르 가계도도 있는데, 열정적인 가이드가 영어권 관광객들을 상대로 티무르 제국의 가계가 무굴 제국의 바부르까지 이어지는 것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구르 아미르는 1941년 6월에 소련 고고학 팀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탐구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티무르의 관도 열렸다. 이에 대한 전설은 아는 사람은 알 정도로 유명하다. 티무르는 관에 "내가 다시 깨어나면 천하가 흔들릴 것이다."라고 적어놨고, 진짜로 소련 고고학자들이 관을 열자마자 독일이 소련을 향해 전격적으로 침공해왔다는 것. 물론 당연히 전설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 티무르가 갖는 의미와 그의 위엄이 모두 전해지는 훌륭한 전설이라고 생각된다.

구르 아미르 맞은 편에는 웅장하게 앉아 있는 커다란 티무르 동상도 있다. 지나가는 우즈벡 커플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해가 점점 저물어갈 무렵, 타슈켄트로. 다시 3시간 반 기차를 타고 귀환이다.

도착하니 하루가 다 갔다. 역에서 차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근처에서 맥주라도 한 잔 먹고 자야겠다 싶어서 주문. 시원한 맥주를 연거푸 먹으면서 올해 중앙아시아의 마지막 밤바람을 즐겼다. 가격대가 우즈벡 기준으로는 꽤 셌는데, 딱 봐도 부자인 것처럼 보이는 우즈벡인과 러시아인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귀국 날 낮. 모스크바부터 3주 간에 걸친 여행 끝에 피곤해서 이 날은 어디 돌아다닐 생각도 못했다.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책을 읽고 놀았다. 공항 가는 길에 최후의 밥 한끼를 먹고 나오다가 발견한 "부동산". 역시 세상 어느 곳이든 부동산을 피할 수는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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