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국제 뉴스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전격 회담이었다. 중동에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의 맹우이자, 페트로달러로 대변되는 현대 세계 체제의 기틀을 담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와 만나 전방위적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뉴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급속하게 흔들리고 있는 미국의 일극 체제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렇다면 이 회담은 어떤 배경에서 개최된 것이고 앞으로 어떤 함의를 갖게 될 것인가?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중동의 1979년 체제
오늘날 중동을 규정하고 있는 모습은 큰 틀에서는 1979년에 형성된 것이었다. 그 이전까지 중동을 규정하는 체제는 세계 여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소 양강의 냉전 체제였다. 중동에서 미국은 나토 회원국인 터키와 우방인 이스라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보했고, 소련은 아랍 사회주의 공화국들인 시리아, 이라크, 이집트와 우호 관계를 맺었다. 이집트에서는 1976년에 나세르의 후계자인 안와르 사다트가 소련 고문단을 내쫓고 미국의 우방국으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기존 질서에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이 경합하는 냉전의 기본적 대립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979년은 그런 점에서 탈냉전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라고 할만 했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전통적 대립구도와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대립구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 혁명이었다. 바자르 상인들과 도시 빈민을 규합한 성직자들은 이슬람주의라는 이념을 내걸면서 친미적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던, 그리고 실패했던 팔레비 왕정을 전복했다. 이 사건은 냉전 구도를 뛰어넘어서, 기존 중동의 정치적 권위 전체에 도전장을 내민 사건이었다. 이란은 세계 각지의 무슬림들에게 혁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보수적 왕정 국가도, 터키처럼 미국식 근대화를 추진하는 국가도, 이라크와 시리아처럼 소련식 근대화 노선을 걷는 국가도 모두 알라와 무함마드의 메시지에 따라 샤리아에 입각한 정부를 주장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을 상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