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수도 테헤란 (3): 근대화의 흔적

혁명의 수도 테헤란 (3): 근대화의 흔적

이란 근대사의 몇몇 현장들

임명묵

테헤란 중심부에 위치한 바하레스탄 광장에 왔다. 저 문 너머의 건물이 바하레스탄 궁전인데, 내 추측이 맞다면 저곳이 바로 1906년 입헌혁명 당시 의회가 개원했던 곳이다. 팔레비 시대에도 하원 건물로 쓰였는데, 이슬람 혁명 이후 단원제로 바뀌면서 새 건물로 이사를 갔다.

누구의 동상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이란인들의 국민 음식인 거대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이때까지만 해도 곧 라마단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철을 타고 이맘 호메이니 역으로 향했다. 이맘 호메이니 역 근처에는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 있는데 과거 포병 광장으로 유명했으며 근대 도시 테헤란의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 같은 곳이다. 역에서 내리니 이처럼 대놓고 이슬람 혁명을 표현한 부조가 눈에 띄었다.

이 근방에 테헤란의 상징 중 하나인 사르다레 바그(Sardar-e Bagh Meli)가 있다. 이란을 대표하는 게이트 중의 하나로, 저 문을 넘어가면 테헤란의 주요 군사 지역과 광장이 펼쳐졌었다. 대문은 1920년대에 독일인들의 도움으로 지어져, 유럽 양식과 페르시아 양식이 섞인 아름다운 카자르 건축이 되었다.

팔레비 시절의 신고전주의 건축을 상징하는 샤흐르바니 궁전이다. 레자 샤가 근대 관료제를 빠르게 확충하면서 국가를 상징하는 관공서 건물들의 수요가 크게 증대되었다. 고대 페르시아의 상징과 서구 건축을 혼합한 팔레비 양식인데 하단부에 보면 페르세폴리스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아케메네스 느낌의 장식도 보인다. 오늘날에는 이란 외무부 건물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사르다레 바그 문을 지나면 나오는 광장이 마샤크 광장인데, 광장 자체는 19세기 초에 조성되었으나 19세기 중후반에 나세르 앗딘 샤가 근대 건축을 세우면서 근사한 공간으로 변했다. 이 건물은 카자크하네(카자크의 집)로, 나세르 앗딘 샤가 러시아에서 교관을 초빙하여 만든 이란 최초의 근대군인 카자크 여단을 사열하고 지휘했던 공간이다. 이 광장에서 입헌 혁명기의 중요한 인물들이 처형당하기도 했는데, 하나는 샤 압돌 아짐 모스크에서 나세르 앗딘 샤를 암살한 미르자 레자 케르마니, 다른 하나는 입헌 혁명기의 보수파를 대표하는 성직자로 군주정을 옹호한 셰이크 파즐룰라 누리다.

사실 이곳 돌아다닐 땐 이런 역사 잘 몰랐는데 책을 읽다보니 마주하게 되어서 재밌었다.

이란 현대사의 중심 무대 중 하나였던 포병 광장(톱하네 광장). 지금은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 된 그 곳이다. 근처에 제국 은행이나 테헤란 시청 같은 주요 근대 건축들이 들어섰었다. 지금은 제국 은행이 남아 있긴 한데 사진을 찍게 허용해주지는 않았다..

이맘 호메이니 광장에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저번에 소개한 골레스탄 궁전이 가깝게 나오는데, 그 중간에 다르 알 푸눈이 위치해 있다. 나세르 앗딘 샤 초기 치세의 근대화를 주도한 명재상, 아미르 카비르가 설립한 이란 최초의 근대 교육 기관이다. 명망 있는 가문에서 모집된 학생들은 서구인 선생들에게서 배워서 서구로 유학을 갔고, 입헌 혁명을 이끈 1세대 자유주의자들로 변신했다.

설립자인 아미르 카비르는 팔레비 시대에도, 이란 이슬람 공화국 시대에도 존경 받는 역사적 위인이다.

호쉬네비스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 서예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놓았다. 어느 전철역이었는지는 까먹었다..

숙소 근처의 상점에서 발견한 '맥주'. 당연히 무알콜에 그냥 과일향 좀 첨가한 끔찍한 맛을 자랑한다. 물론 한창 돌아다니고 목 마를 때 먹으면 이것도 맛있지만... 그래도 금주 국가에서 무알콜 맥주를 '맥주'라는 이름을 찍어서 판다는 게 아주 분노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설렁설렁 여행하는 중. 중간에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서 튀김도 먹어주었다. 튀김은 페르시아어로 수하리(Sukhari)라고 한다. 모듬튀김을 시켰는데 특이하게도 양송이 버섯 튀김을 한가득 올려주었다. 나름 맛이 있었다.

숙소를 테헤란의 가장 북부 지역으로 옮겼다. 메이더네 케텁(책 광장) 역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곳인데 꽤나 운치가 좋다. 테헤란 북부가 부촌이라곤 하지만 너무 북쪽으로 가면 또 그건 아닌 듯...

밤에 방문하게 된 모살라 이맘 호메이니. 이맘 호메이니를 기리며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대모스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거대한 규모의 공사를 이란 정부 역량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벌려 30년 넘게 완공이 안 되고 있는 비운의 건물이다...라고 알고 있었으나, 한달여 뒤에 테헤란에 다시 돌아와 이곳에 방문했을 때는 완공 여부와 전혀 관계 없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435m 높이를 자랑하는, 전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통신탑인 밀라드 타워가 보인다. 밀라드 타워는 2007년에 완공되었는데, 이슬람 공화국 정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테헤란 지하철의 흔한 풍경. 패스트푸드점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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